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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마지막은 왼손으로 - 이제니
우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할수록 죄가 되는 날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말하지 않는 말 속에만 꽃이 피어 있었다 천천히 죽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울 수 있는 사각이 필요하다 품이 큰 옷 속에 잠겨 숨이 막힐 때까지 무한한 백지 위에서 말을 잃을 때까지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날들 지우고 오려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무릅쓰고 쓴다 되풀이되는 날들이라 오해할 만한 날들 속에서 너는 기억을 멈추기로 하였다 우리의 입말은 모래 폭풍으로 사라져버린 작은 집 속에 있다 갇혀 있는 것 이를테면 숨겨온 마음 같은 것 내가 나로 살기 원한다는 것 너를 너로 바라보겠다는 것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바라며 쓴다 심장이 뛴다 꽃잎이 흩어진다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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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기침 - 박후기
꽃이 필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징그럽게 눈 뜨던 소름은 꽃이 되고 잎이 되고 다시 그늘이 되어 내 끓는 청춘의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 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 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툭,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 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사랑의 이율배반 이정하 그대여 손을 흔들지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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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난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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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방명록 - 김경미
넓고 따뜻한 식빵 가슴에 안겨봤으면 좋겠어 분꽃 같은 대롱 입 타고 내려가 종일 그 가슴의 내부를 살아봤으면 좋겠어 진실을 눈썹처럼 곰곰이 만져봤으면 좋겠어 한 장의 그대 사진과 라일락나무와 나, 셋이서 나직이 약혼했으면 좋겠어 추억이 돌아서서 타조처럼 다시 뛰어와 화해의 밤을 얘기하고 오늘도 잊지 않고 내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신 내가 누구인지 이름 남길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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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스러운 추억 -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포옴에 간신이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운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가고-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 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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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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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슈툴렌_현진에게 - 안희연
'건강을 조심하라기에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였는데 밖에 나가서 그렇게 죽어올 줄 어떻게 알았겠니' 너는 빵을 먹으며 죽음을 이야기한다 입가에 잔뜩 설탕을 묻히고 맛있다는 말을 후렴구처럼 반복하며 사실은 압정 같은 기억, 찔리면 피가 찔끔 나는 그러나 아픈 기억이라고 해서 아프게만 말할 필요는 없다 퍼즐 한 조각만큼의 무게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퍼즐 조각을 수천수만 개 가졌더라도 얼마든지 겨울을 사랑할수있다 너는 장갑도 없이 뛰쳐나가 신이 나서 눈사람을 만든다 손이 벌겋게 얼고 사람의 형상이 완성된 뒤에야 깨닫는다 네 그리움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려다가 있는 힘껏 돌을 던지고 돌아오는 마음이 있다 아니야. 나는 기다림을 사랑해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마당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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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너 누구니? - 홍영철
가슴속을 누가 쓸쓸하게 걸어가고 있다. 창문 밖 거리엔 산성의 비가 내리고 비에 젖은 바람이 어디론가 불어가고 있다. 형광등 불빛은 하얗게 하얗게 너무 창백하게 저 혼자 빛나고 오늘도 우리는 오늘만큼 낡아버렸구나. 가슴속을 누가 자꾸 걸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을 듯 보이지 않을 듯 보이며 소리없이. 가슴속 벌판을 또는 멀리 뻗은 길을 쓸쓸하게 하염없이 걸어가는 너 누구니? 너 누구니? 누구니, 너? 우리 뭐니? 뭐니, 우리?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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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농담 - 유하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었군요 ...... 미안해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생이었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 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 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대 이건 진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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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별의 일 - 심보선
너와 나의 일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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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피아노가 된 나무 - 김경주
#1 저녁이면 물조리개를 들고 피아노에 물을 주러 오는 남 자가 있다 피아노에 꽃이 핀다고 믿는 남자의 관성이다 #2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는 좋아한다 손톱을 물어뜯는 남 자를. 이유 없이 헤어진다 손톱은 손가락들과. #3 여자가 자신의 집으로 피아노를 훔치러 들어갔다 남자 와 여자는 피아노에 새장을 달아주고 바다 속에 가라앉혔 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손가락을 밤새 빨아주었다 #4 바다 속 피아노가 오늘은 날 좀 안아줘 피아노가 열 개 의 구멍으로 말한다 남자가 열 개의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운다 이것은 새가 살 수 없는 구멍에 대한 관성이다 #5 피아노에서 꽃이 핀다고 믿는다 그것은 나의 비운이래 도 좋고 너의 불멸이 아니라도 좋다 피아노가 된 나무가 오래전 꽃이 피었던 자리를 생각하는 밤 피아노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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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 묻질 않어 그냥, 그래 /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 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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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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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늘의 천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i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 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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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오는 지도(地圖) -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로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다정에 바치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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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겨울일기 -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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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연설 -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주지 않음을 노여워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게 한 사랑이라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하고. 알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인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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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후회하지 않는 이별은 없다 - 이종근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하는 허망한 것인 줄 알면서도 가장 잘한 일은 당신을 사랑한 것입니다 당신과 만남은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외로움의 끝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행복의 시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칼날처럼 잘못 다루면 깊은 상처를 내 그 아픔으로 눈물이 비 오듯하고 죽을 만큼 사무침으로 그리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에다 대바늘로 참을 인(忍)자를 새기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있을 때 등한시했다가 멀어지고 나서야 귀하다는 것을 알아 후회하는 것으로 상흔이 영원히 가슴에 머무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사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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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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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풀 - 박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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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삭 - 박성준
애인의 아이를 지우고 건너온 밤 도무지 어디가 아픈 줄을 몰라서 울음이 났다 그토록 발작하던 햇빛은 다 어디로 갔는지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모두 제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저녁 책가방 대신 애인을 업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빠져나간 것이 있다는데 더 무거워진 애인 그 중력이 싫었다 가슴팍에 돌돌 마린 우주야 한 근 떼 온 소고기가 손끝에서 잘랑거리는 거추장스러운 중력이 싫었다 핏물이 다 빠지지 않은 소고기에 미역을 둥글게 풀며 지구가 자꾸 돈다는 게 갑자기 느껴졌지만 다 기분 탓이라고, 아랫배를 쥐고, 자꾸 나오지 않는 오줌을 싸겠다 애쓰는 애인에게 나는 느닷없이 화를 낸다 다 기분 탓이라고 애인은 내 화를 다 받아주면서 짜증 대신 화장실 문을 닫는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변기에서 물이 흘렀으며 좋겠다 어딜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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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늘처럼 내 손이 - 류시화
오늘 처럼 내손이 싫었던 적은 없다 작별을 위해 손을 흔들어야 했을때 어떤 손 하나가 내 손을 들어 올려 허공에서 상처 입게 했다 한때는 우리 안의 불을 만지던 손을 나는 멀리서 내 손을 너의 손에 올려 놓는다 너를 만나기 전에는 내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었다 새의 날개인 양 너의 손을 잡았었다 손안 가득한 순결을 그리고 우리 혼을 가두었었다 그러나 오늘처럼 내 손이 싫었던 적이 없다 무심히 흔드는 그 손은 빈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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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의 자랑, 이랑 - 김승일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면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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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여,자로 끝나는 시 - 심보선
안녕하세여, 어디가세여, 나 몰라라 도망가지 말아여, 우리 피시방에서 만났던가여, 아니, 전생이었던것 같네여, 어떻게 지내셨어여, 전 오늘 좀 슬퍼여, 사실 애인이랑 막 헤어졌어여, 육 개월 동안 밤마다 애무하던 그녀 다리가 의족인 줄 어제서야 알았어여, 뭘여, 제가 나쁜 놈이지여, 저 위 좀 보세여, 저놈의 달은, 누가 자기 자리 뺏어갈까 봐 낮부터 저러고 버티고 있네여, 참 유치하지여, 한 백 년 만인가여, 기억나세여, 당신의 아버지를 어머니라고 부르곤 했지여, 그냥 친근해서여, 전 호부호형 안 해여, 다 어머니라고 해여, 제 삶은 홍길동전과 오이디푸스 신화의 희극적 만남이지여, 도대체 누구냐고여, 몇 생 전이던가여, 우리 어느 심하게 게으런 나라의 국가대표 산책팀 소속이었자나여, 기억 안 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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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여름의 끝 - 박연준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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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헛된 바람 - 구영주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 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처럼. 저녁별 이정하 그런다고 뭐 달라질게 있으랴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해도 너는 그자리에서 그대로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 볼 밖에 내 어둔 마음에 뜬 별 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지만 가장 큰 아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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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숨의 노래 -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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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청춘 -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지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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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성욕 - 김재진
내 속에 있는 짐승이 소릴 지른다. 네 발로 기고 있는 이 안면몰수의 사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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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처럼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기에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일인 것 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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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녀의 거울 - 이기인
처음엔 모자를 벗었어요 조금 더웠으니까요 그리고 갑자기 엉덩이에서 뿔이 났어요 밤새 엉덩이를 더듬어보다 거울을 보았어요 소녀가 소녀에게 말했어요 이젠 너도 살찐 소가 되었구나, 축하해 소녀가 먼저 여인숙으로 들어가고 엉덩이 살을 한 근만 팔라고 조르던 그 정육점 남자가 조용조용 뒤따라왔어요 그 정육점 남자의 저울 위로 올라가 맛있는 부위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모르겠어요 내장은 안 팝니까, 아저씨 살살 해요 안 아프게 살점만 떼어가세요 다만 살 한 점을 팔아치운 소녀는, 몸이 가벼워졌어요 가죽을 벗었으니까요 이제 두꺼운 여인이 되게 하옵소서 손바닥을 모으니 삶의 가죽이 너무 두껍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길게 기도하지 못했어요 소녀는 거울을 보며 자기 젖을 빨고 있는 송아지를 생각하고 얼룩 송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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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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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픈 몸이 - 김수영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골목을 돌아서 베레모는 썼지만 또 골목을 돌아서 신이 찢어지고 온몸에서 피는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흐르는데 또 골목을 돌아서 추위에 온몸이 돌같이 감각을 잃어도 또 골목을 돌아서 아픔이 아프지 않을 때는 그 무수한 골목이 없어질 때 (이제부터는 즐거운 골목 그 골목이 나를 돌리라 - 아니 돌다 말리라)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나의 발은 절망의 소리 저 말(馬)도 절망의 소리 병원 냄새에 휴식을 얻는 소년의 흰 볼처럼 교회여 이제는 나의 이 늙지도 젊지도 않은 몸에 해묵은 1,961개의 곰팡내를 풍겨 넣어라 오 썩어가는 탑 나의 연령 혹은 4,294알의 구슬이라도 된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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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둘에 하나는 제발이라고 말하지 - 황병승
천장에 붙은 파리는 떨어지지도 않아 게다가 걷기까지 하네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바닷가에 갔지 맨 처음 우리가 흔들렸던 곳 너는 없고 안녕 인사도 건네기 싫은 한 남자가 해변에 누워 딱딱 껌을 씹고 있네 너를 보러 갔다가 결국 울렁거리는 네 턱뼈만 보고 왔지 수족관 벽에 머리를 박아대는 갑오징어들 아프지도 않나봐 유리에 비치는 물결무늬가 자꾸만 갑오징어를 흔들어놓아서 흑색에 탄력이 붙으면 백색을 압도하지만 이제 우리가 꾸며대는 흑색은 반대편이고 왼손잡이의 오른손처럼 둔해 파리처럼 아무 데나 들러붙는 재주도 갑오징어의 탄력도 없으니 백색이 흑색을 잔뜩 먹고 백색이 모자라 밤새 우는 날들 매일매일의 악몽이 포도 알을 까듯 우리의 머리를 발라 놓을 때쯤 이마 위의 하늘은 활활 타고 우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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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메리제인 요코하마 - 황병승
메리제인 우리는 요코하마에 가본 적 없지 누구보다 요코하마를 잘 알기 때문에 메리제인 가슴은 어딨니 우리는 뱃속에서부터 블루스를 배웠고 누구보다 빨리 블루스를 익혔지 요코하마의 거지들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메리제인 너는 걸었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 항구의 불빛이 너의 머리색을 다르게 바꾸어놓을 때까지 우리는 어느 해보다 자주 웃었고 누구보다 불행에 관한 한 열성적이었다고 메리제인 말했지 빨고 만지고 핥아도 우리를 기억하는 건 우리겠니? 슬픔이 지나간 얼굴로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메리제인 요코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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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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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청아
내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한 점 부끄럼 없다 단지 후회를 하자면 그 날, 그대를 내 손에서 놓아버린 것 뿐 어느새 화창하던 그 날이 지나고 하늘에선 차디찬 눈이 내려오더라도 그 눈마저 소복소복 따듯해 보이는 것은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일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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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 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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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비 오는 거리 - 서영은
비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 눈에 어리는 지난 얘기는 추억일까 그날도 비가 내렸어 나를 떠나가던 날 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 다시 내게 돌아와줘 기다리는 나에게로 그 언젠가 늦은듯 뛰어와 미소짖던 모습으로 사랑한건 너뿐이야 꿈을꾼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수 있는걸 그날도 비가 내렸어 나를 떠나가던날 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 다시 내게 돌아와줘 기다리는 나에게로 그 언젠가 늦은듯 뛰어와 미소짖던 모습으로 사랑한건 너뿐이야 꿈을 꾼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수 있어 사랑한건 너뿐이야 꿈을 꾼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수 있는걸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수 있는걸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수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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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망초의 비밀 - 서덕준
당신은 봄볕 하나 주지 않았는데 나는 습한 그늘이었는데 어찌 당신을 좋아한단 이유만으로 이렇게 꽃을 틔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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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긍정적인 밥 - 함민복
時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이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하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며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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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봉숭아꽃물 - 임희구
오십을 바라보는 형과 형수가 마주앉아 봉숭아꽃물을 들입니다 형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형수는 열 손가락 모두 봉숭아꽃물을 싼 비닐종이를 실로 칭칭 동여매고 형수가 불안한 손가락으로 삼겹살을 굽습니다 서로 닿지 않도록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벌리고 천장 보며 누워 있던 형이 날 보고 소년처럼 사르르 웃습니다 다 구운 삼겹살을 담아내온 접시에 형수의 손에서 흘러나온 봉숭아 꽃물이 붉게 묻어있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철도 없이 꽃물 들어 일렁이는 가을 저녁 새하얀 첫눈이 내릴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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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노랑꼬리연 - 황학주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었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가는 그런 밤엔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할지 네게 물어도 될 것 같았다 도착하고 있거나 잠시 후 발차하는 기차에 같이 있고 싶었다 그런 내 퇴근은 날마다 멀고 살이 외로워 노랑꼬리 연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어디에 있든 너를 지나칠 수 없는 기차로 갔었던 것 같다 너의 말 한마디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댓살이 내 가슴에도 생겼다 꼬리를 자르면서라도 사랑은 네게 가야 했으니까 그것은 막막한 입맞춤 위를 기어오르는 별이었던 것 같다 내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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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肖像(초상) - 조병화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어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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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가 - 유하
비가 내립니다 그대가 비 오듯 그립습니다 한 방울의 비가 아프게 그대 얼굴입니다 한 방울의 비가 황홀하게 그대 노래입니다 유리창에 방울방울 비가 흩어집니다 그대 유리창에 천갈래 만갈래로 흩어집니다 흩어진 그대 번개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흩어진 그대 천둥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내 눈과 귀, 작달비가 등 떠밀고 간 저 먼 산처럼 멀고 또 멉니다 그리하여 빗속을 젖은 바람으로 휘몰아쳐가도 그대 너무 멀게 있습니다 그대 너무 멀어서 이 세상 물밀듯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그대가 빗발치게 그립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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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래된 편지 - 전남진
행복하다는 말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 네가 들어와 살면서 내 마음은 아침을 타고 내리는 가을햇살이거나 창에서, 눈동자에서, 손등에서, 얼굴에서 반짝이는 모든 표정이거나 밤빛에 하얗게 터지는 벚꽃, 혹은 수면에 닿아서야 움직이는 별빛이거나 너 없이도 나는 고요한 듯 보여 내 마음에 네가 흐르지 않는 것 같으나 행복하다는 말, 사실은 어두운 골목 후회의 마디를 꺾으며 걸어가는 쓸쓸해진 저녁 같은 것이지 내 속을 흐르고 흘러 마음을 파내고 있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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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영혼의 편지 - 반고흐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땐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검게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아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일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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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과 칼 - 김혜순
분홍신을 신은 무희처럼 쉬지 않고 사랑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랑을 멈출 수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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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겹겹의 불꽃 - 정채원
극지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는 1906년에 극지를 탐험하 면서 북극 산맥을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그 광경에 나는 감동과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칠 년 뒤 자연사박물관의 탐험대가 크로커랜드를 찾아 나섰을 때, 그들은 피어리가 본 것과 똑같은 신기루만 보고 돌아왔다. 다양한 밀도의 대기층이 겹겹의 렌즈처럼 만들어내는 이 미지들은 극지 탐험에 지친 우리들을 사로잡는다. 북극의 끝없는 얼음 위에 떠 있는 히말라야처럼 말이다. 우리가 다가가면 산맥은 자꾸 뒤로 물러나다가 해가 지면 끝없는 얼음 바다만 펼쳐지겠지. 마녀 모르간이 맘만 먹으면 펼쳐 보이는 세상에 속는 척 빠져보면 어떨까? 가짜가 진짜고 진짜가 가짜인 세상. 가짜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함께 낄낄대며 건너가는 유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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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그렇게 왔다. 사랑은. 마치 눈에 띄지 않은 꽃봉오리 가 벌어지듯이, 그렇게 천천히. 사랑이었을까. 그것이. 그러나 사랑이 아니라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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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토록 유약하고 아름다운 거짓 - 구현우
그렇게 멀어지지 말아요 당신에게 들리도록 혼잣말을 한다. 물결에는 영원이 있 다. 그 물결에 익사하는 어류가 있다. 젖은 발이 마르 기엔 이른 시간이다. 그런 우울은 증상이 아니라 일상 이어서 많은 결심이 자정을 넘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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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Goodbye Summer - f(x) (Feat. D.O.)
기억해 복도에서 떠들다 같이 혼나던 우리 둘 벌서면서도 왜 그리도 즐거웠는지 알았어 그날 이후로 (Yeah Yeah) 우린 늘 (Yeah Yeah) 쌍둥이 별자리처럼 넌 나 나는 너였어 졸업하기 전날 많이 울던 너 남자라고 꾹 참던 너 하고 싶었던 말 못하고 뜨거웠던 그 여름처럼 안녕 친구라는 이름 어느새 미워진 이름 감추던 감정은 지금도 아픈 비밀의 기억일 뿐 우리 사인 정리할 수 없는 사진 보면 가슴 아린 story, I'm sorry 여름아 이젠 Goodbye Yay-Yeah What do I say We didn’t have to play no games I should've took that chance I should've asked for u to stay And it gets m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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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너는 사랑과 죽음이라 했다 - 구현우
너는 사랑과 죽음이라 했다. 나는 너를 사랑의 죽음으로 이해했다. 유서 같은 것이었다. 이 세상 어디엔가 있어도 살아서 는 다시 만날 수 없는 너의 것이라 유서 같은 것이었다. - '나의 9월 너의 3월'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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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돌 저글링 - 손미
오늘은 가지마요 언니 살점이 떨어져도 사랑은 해야 하니까 가까이 , 제일 가까운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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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나의 몸이 둘의 마음을 앓는다 - 구현우
나는 사랑을 유예한다. 잠든 사람이 반드시 꿈을 꿀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꿈을 꾸는 사람은 대부분 잠들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살아 있지도 않는 내가 잘 사냐고 너에게 묻고, 그러니 대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덜 아프다는 것이 나아졌다는 것으로 착각되는 일. 번화한 도시의 우울한 홀로. 이 세계는 온종일 밝다. 그 안에서 웃는 사람은 우는 사람과 거의 동일하다. 나의 병명을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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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찔 - 오은
지우개 자국을 골똘히 바라본다. 결국 선택받지 못한 말들, 마침내 사랑받지 못한 말들이 있다. 다만 흔적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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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저마다 삶은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이며, 그 길을 추구해 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추구하는 좁은 길을 암시한다. 지금껏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누구나 출생의 찌꺼기, 태고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삶의 끝까지 갖고 간다. 더러는 전혀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쳐버리고. 도마뱀에 그쳐버리고, 재미에 그쳐버린다. 또 더러는 상체만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계가 던진 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같은 협곡에서 나오고, 어머니가 같고, 유래가 같다. 우리는 같은 심연에서부터 시작되니 시도이고 투척이다. 하지만 자신 나름대로의 목표를 실천하며 노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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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복숭아 기억통조림 - 이은규
꽃 피다 지다 너는 이제 없는 사람 나는 복숭아 예쁘게 자르는 일 따위를 소일거리 삼야 하루 한 생을 견디고 있구나. 있지 않구나 알고 았니 복숭야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 그리고 천하무적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어울리기도 어울리지 않기도 한 꽃말에 귀가 멀고. 그토록 멀지 않고 이제 너는 없는 사람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기한이 끝나지 않기를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년으로 적어야지 오래된 문장을 안부 삼고 있구나. 있지 않구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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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러나 가끔 선연한 - 구현우
순수 박물관으로 간다 순수한 너의 나를 만나러 간다 사방에 번지는 끝 모를 경보음 보이는 가치만을 믿을 것 백지로부터 비롯된 네가 그렇게 싫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구조되었다 어쩌다 나는 따뜻한 얼음을 조각했다 한때 너무 잘 어질러진 것들이 영원히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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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언젠가 되기를 바라는 건 당신 같은 사람 - 구현우
당신을 흠모한 적이 있다. 다국적자의 감정은 섞인 물감 같은 것. 한때 내가 생각한 당신은 빨강보다 적색에 가까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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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엽서 - 김지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볼펜이 말 안듣는 걸 봐 아니야 잊었어 귀밑머리 하얘지고 한 달이 하루같이 바삐 스러져가는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 잊어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함께라는 그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아니야 엽서 위의 얼룩은 눈물자국이 아니야 창살 사이 흩뿌리는 빗방울자국이야 아니야 벽 위에 손톱으로 쓴 저 구절들은 네게 바친 것이 아니야 습작이야 습작 손 무디어지기 않기 위해 그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단 하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우리 함께라는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벌써 잊었어 애린이란 네 이름마저 그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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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잔의 붉은 거울 - 김혜순
네 꿈을 꾸고 나면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창들은 불을 다 끄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밤거리 간판들만 불 켠 글씨들 반짝이지만 네 안엔 나 깃들일 곳 어디에도 없구나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 발걸음이 뗴어지지 않는다 고독이란 것이 알고 보니 거울이구나 비추다가 내쫓는 붉은 것이로구나 포도주로구나 몸 밖 멀리서 두통이 두근거리며 오고 여름밤에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이 길에선 따뜻한 내면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이 거울 속 추위를 다 견디려면 나 얼마나 더 뜨거워져야 할까 저기 저 비명의 끝에 매달린 번개 저 번개는 네 머릿속에 있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네 속에는 너밖에 없구나 아무도 없구나 늘 그랬듯이 너는 그렇게도 많은 나를 다 뱉어내었구나 그러나 나는 네 속에서만 나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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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막창 - 이희형
선배는 조문에 서툴렀다 한낮부터 막창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밤이면 학교 앞 공원에서 주차장에서 벤치에 가방과 맥주를 올려놓고 배트민턴을 함께 치면서 별일 아닌 일을 별일처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버리는 일들은 자주 바닥에 닿는 셔틀콕과는 무관한 일이라 어쨌든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젓가락으로 간을 뒤적이면서 선배 그 사람은 죽었어요 말했다 나는 부고에 서툴렀고 그건 젓가락질에 서투른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서 정말 별일이다 선배가 말했다 불판이 달궈지고 있었고 우리는 빈 접시를 놓고 소주 한병을 더 시키고 다 타버린 마늘을 계속 뒤집었다 후두둑 창밖에서 셔틀콕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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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저금 - 시바타 도요
나는 말이예요 사람들이 친절히 대해줄 때마다 마음 속에 저금을 해요 외롭다고 느낄 때는 그것들을 꺼내 힘을 내지요 당신도 지금부터 저금해 봐요 연금보다 나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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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아가미 - 구병모
이내촌은 둘레길이 약 2킬로미터, 평균 수심 약 5미터에 이르는 이내호를 둘러싼 마을의 이름이다. 이내라는 이름처럼 멀리서 바라보아도 흐릿하고 푸르스름한 물안개가 맴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죽이고 싶지 않아?" 원하면 그렇게 되어도 할 말 없다거나 상관없다는, 가진 거라곤 남들과 다른 몸밖에 없는 곤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였다. 그때 라이터에 간신히 불꽃이 일어났다. "... 물론 죽이고 싶지."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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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형태도 없이 내 마음이 - 김성규
부러진 칼날처럼 우박이 쏟아졌어 익은 사과에 꽂히고 자 동차 유리창이 깨졌어 농부들은 쓸모없는 과일을 내다버리 지 우박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반짝였어 우산을 버리고 짚으 로 걸어가는 행인들, 버스 유리창의 성에를 손바닥으로 닦 으며 바라보지 젖은 신문을 들고 빌딩 아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연기가 공중에서 부서지지 이어붙일 수 없는 거추장스런 물건을 보 듯 화상을 입은 여자가 거울 앞에 서 있지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형태도 없이 내 마음이 망가지는 날 버스에서 내려 쏟아지는 칼날에 얼굴을 대고 울고 있어 소 리내지 않고, 우박 소리가 내 소리를 대신해서 울어주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내 마음이 망가지는 날, 버 릴 수도 없는 그것들을 조각조각 더러운 풀로 붙여 시를 쓰 지 덕지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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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녹슨 도끼의 시 - 손택수
예전의 독기가 없어 편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날카로운 턱선이 목살에 묻혀버린 이 흐리멍텅이 어쩐지 쓸쓸하다 가만히 정지해 있다 단숨에 급소를 낚아채는 매부리처럼 불타는 쇠번개 소리 짝, 허공을 두 쪽으로 가르면 갓 뜬 회처럼 파들파들 긴장을 하던 공기들, 저미는 날에 묻 어나던 생기들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내로 삼고부터 아무래도 내 생은 좀 심심해진 것 같다 꿈을 업으로 삼게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 닦아도 닦아도 녹이 슨다는 것 녹을 품고 어떻게 녹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녹스는 순간들을 도끼눈을 뜬 채 바라볼 수 있을까 혼자 있을 때면 이얍 어깨 위로 그 옛날 천둥 기합 소리가 저 절로 터져나오기도 하는 것인데, 피시식 알아서 눈치껏 소리 죽인 기합 소리는 맥이 빠져 있기 마련이다 한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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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Die for you - The weeknd
I'm findin' ways to articulate The feeling I'm goin' through I just can't say I don't love you 'Cause I love you, yeah It's hard for me to communicate the thoughts that I hold But tonight I'm gon' let you know Let me tell the truth Baby, let me tell the truth, yeah You know what I'm thinkin' See it in your eyes You hate that you want me Hate it when you cry You're scared to be lonely 'Special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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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Harry Styles - Watermelon Sugar
Tastes like strawberries on a summer evenin' And it sounds just like a song I want more berries and that summer feelin' It's so wonderful and warm Breathe me in, breathe me out I don't know if I could ever go without I'm just thinking out loud I don't know if I could ever go without Watermelon sugar high Watermelon sugar high Watermelon sugar high Watermelon sugar high Watermelon sugar Strawbe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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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퉁이를 돌다 - 이제니
어느날 당신 앞에 모퉁이가 나타난다 모퉁이는 당신이 보았거나 보게 될 한없이 이어진 몇 개의 선분이다 당신은 모퉁이를 돌며 모퉁이라고 발음하고 모퉁이라고 발음하며 모퉁이를 돈다 모퉁이는 돌거나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오늘도 모퉁이는 당신에게 사라지거나 나타날 것을 종용한다 모퉁이는 지나치고 모퉁이는 냉정하고 모퉁이는 어둡고 모퉁이는 발생 가능한 사건의 형태로 존재한다 당신은 모퉁이를 돌면서 위를 쳐다본다 하늘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다고 되뇌면 보고 싶은 감정이 더할까 덜할까 이것은 문장으로 연습해보는 어떤 종류의 감정이다 삼각형 사각형 각진 도형들의 감각으로 위로받고 싶은 모종의 마음이다 새장의 새처럼 새의 새장처럼 휘날리는 은빛 깃털처럼 은빛 깃털의 휘날림처럼 당신은 약간의 온기만 있으면 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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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여섯잔의 칵테일 - 모리사와 아키오
미래는 줄고, 과거는 늘어간다.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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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 - 새벽 세시
모든 것이 다 위태롭고 휘청거리기만 하는 시기다. 내가 이렇게 약했나 싶을 정도로 누군가 그냥 툭 뱉은 말에도 마음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어떤 게 틀린 것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모든 것에는 애초에 답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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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다.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졌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없이 너인거고, 더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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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봉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영원을 약속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변하고 나도 너도 변하게 되면서 기뻤던 순간까지 사라지는 게 견딜수가 없었다.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면 더욱 외로워졌다. 사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외롭게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랑하며 살아야 했다. 외로움도 슬픔도 견뎌내야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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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은닉 - 배명훈
어떤 악마는 스스로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천사는 혹시 자신이 바로 그 악마가 아닐까 평생을 고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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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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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가 놓친게 있다면 - 지혜
이 길고 괴로운 새벽을 보내고 내일을 온전하게 맞이하려면 한 시간 이라도 빨리 잠에 들어야만 할 것이다. 베개의 가장자리가 축축했다. 그런 한 때를 보내고 나면 어떤 일들은 그럭저럭 괜찮아지고, 어떤 일들은 오랜 상처로 남아 나중엔 흉이 질 것이다. 무수히 많은 날 중에 오늘은 아무도 모르게 상처를 받고 혼자인 날이었다. 단지 간혹 찾아오는 그런 날이다. 창밖에 붉고 푸른 동이 틀때까지, 동이 트고 하늘이 밝아지기 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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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습관 - 롤러코스터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내게서 깨끗이 지우는 날 습관이란게 무서운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참 신기한 일이야 이럴수도있군 너의 목소리도 모두다 잊어버렸는데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더군 아무 생각없이 또 전활걸며 웃고 있나봐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bye bye bye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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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너는 또 봄일까 - 백희다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네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너는 여름이었나 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 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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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벽과 문 - 천양희
이 세상에 옛 벽은 없지요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 되는오늘이 있을 뿐이지요새로울 것도 없는 이 사실이사실은 문제지요닫아걸고 살기는 열어놓고 살기보다한결 더 강력한 벽이기 때문이지요벽만이 벽이 아니라때론 결벽도 벽이 되고절벽 또한 벽이지요절망이 철벽같을 때새벽조차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지요세상에 벽이 많다고 다낭비벽이 되는 건 아닐 테지요벽에다 등을 대고 물끄러미 구르을 보다 보면벽처럼 든든한 빽도 없고허공처럼 큰 문은 없을 듯하지요이 세상 최고의 일은 벽에다 문을 내는 것 자 그럼 열쇠 들어갑니다벽엔들 문을 못 열까문엔들 벽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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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회색이 될까 - 최현우
하루가 망가졌다고 생각하면 손을 씻었다 시간을 부순 공구가 철로 된 연장은 아니겠지만 마음을 망치는 것들은 피 냄새가 나니까 시를 읽는 사람이 무대에 올라 조명을 쬐고 있다 빛과 소리가 섞여 객석으로 넘친다 관객들이 말을 가두고 저녁에게 어둡고 차분한 길을 터주고 종일 무거웠던 목젖을 누르며 걸어 지나가는 목소리 면접관 앞에서 떨었던 오후에는 햇빛에 다른 빛이 들떠 번들거렸다 한참을 걷다가 간이화장실에 들어가 표정에 비누칠을 했다 웃음과 울음이 빠르게 점멸하는 얼굴을 세척하는 박수 소리 낭독자는 인사의 예절로 빛에 멀리를 헹군다 빛은 그다음의 빛을 견디기 위해 잘 섞어두려고 했는데 나는 수많은 질문을 놓치고 허튼 대답을 했다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들의 찬란 속에서 운명을 반사할 별자리의 모양을 찾으려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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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빛은 영원히 영원한 어둠에게도 갔다 - 박시하
롤로는 바다에 유리병을 던졌다 바다의 속은 깊었다 손을 뻗어도 저 아래 감은 눈 눈빛이 지워진 눈 차가운 입술에 닿을 수 없었다 숨을 멈추면 가라앉을 거야 발목에 사슬을 채울 거야 메이, 보고 있니? 영혼들이 반짝이며 떠 있어 롤로는 더 어두워질 수 없어서 입을 벌리면 노래가 흘러나왔다 죽어야 따스해질 밤의 바다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데 마르지 않았다 식물의 냄새가 나겠지 뼈만 남은 음성이 시를 읽겠지 너, 가니? 이미 갔니? 돌아오지 마 너무 울지도 마 메이의 살은 오래전에 썩어버렸지만 낡은 심장은 뛰었다 파도 파도의 숨을 따라서 뛰었다 롤로 롤로 하며 뛰었다 아름다운 걸 줄 거야 물속에서만 바볼 거야 문득, 어둠은 빛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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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7인분의 식사 - 이민하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두 사람은 얘기하고 두 사람은 웃고 한 사람은 빈 의자 옆에 앉아 창밖을 본다 악수는 셋이서 못하나? 일곱 이서 손을 잡으면 그건 체조가 되나? 밖에는 흰 눈이 목련꽃처럼 떨어지는데 일곱 사람이 모이면 1인분의 밥공기처럼 일곱 개의 우정이 분배될까 번갈아 짝을 맞추면 스물한 개의 우정이 발명될까 서넛씩 대여섯씩 뭉치면 동심원처럼 늘어나는 기하급수의 우정을 위해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 주방에는 낡은 냄비 낯선 냄비 동시에 끓고 일곱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면 세 쌍의 대화와 한 명의 독백이 발생할까 한 쌍의 대화가 탱크처럼 독백 위에 지나가고 세 쌍의 대화가 함께 폭발하면 거대하게 부푸는 핵구름 아래서 내통하는 입과 귀가 몰래 낳는 기형의 비밀들 목을 비틀면 벌컥 거품부터 입에 무는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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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 이원
7cm 하이힐 위에 발을 얹고 얼음 조각에서 녹고있는 북극곰과 함께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불이 붙여질 생일 초처럼 고독하다 케이크 옆에 붙어온 플라스틱 칼처럼 한 나무에 생겨난 잎들만 아는 시차처럼 고독하다 식탁 유리와 컵이 부딪치는 소리 죽음이 흔들어 깨울 때 매일매일 척추를 세우며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출판기념회처럼 고독하다 영혼 없는 영혼처럼 코스프레처럼 고독하다 텅 빈 영화상영관처럼 파도 쪽으로 놓인 해변의 의자처럼 아무 데나 펼쳐지는 책처럼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햇빛과 함께 문의 반복처럼 신발의 번복처럼 번지는 물처럼 우리는 고독하다 손바닥만한 한 개의 목줄을 매고 모든 길에 이름을 붙이고 숫자가 매겨진 상자 안에서 천 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저장한 휴대폰을 옆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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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목련 색을 닮은 너에게 - 서덕준
너를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태어난다 폭우가 나에게만 내린다 지금 당장 천둥이라도 껴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길의 모래를 전부 세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름만 읊어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진다 그리움이 분주해진다 나에게 다녀가는 모든 것들이 전부 너의 언어 너의 온도 너의 웃음과 악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모두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랑으로 저무는 것들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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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속내가 되지 말자 - 이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속내가 되지 말자 서로에게 어떠한 속내도 되지 말자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 말자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어떤 속내가 되지 말자 어떠한 속내도 되지 말자 서로에게 무엇도 되지 말자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속내가 되지 말자 서로에게 어떠한 속내도 되지 말자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 말자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 이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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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백치 바나나 - 이민하
옆 반에서 칠판을 지우던 아이에게 첫눈에 반했는데, 그러면 훗날 좋아한 사람들은 첫사랑이 될 수 없나. 믿지도 않으면서 너는 묻기만 한다. 그래 그럼, 아마 다섯번째거나 스무번째쯤? 다섯과 스물 사이에는 반올림된 사랑도 숨어있다는 뜻이다. 차라리 키스를 몇 번 했니? 그렇게 묻는다면 덜 헷갈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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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고백 - 델리스파이스
중2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 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전 일이지만 기뻐야하는 게 당연한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이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은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 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정말 미안한 일을 한걸까 나쁘진 않았었지만 친구인 채 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전 일이지만 기뻐야하는 게 당연한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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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강 -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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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테이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는 우리 앞에 놓인 비극
클룩 클룩, 예쁜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기침하는 소리가 영상보다 먼저 나오면서, day 2란 자막과 영화가 시작한다. 기네스 펠트로는 공항 로비에서 탑승할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땅콩을 집어먹으며 결혼 전 만났던 남자와 전화 밀담을 주고받는다. 탑승해야 할 시간이 되자 급히 전화를 끊고 맥주값을 계산하는데, 카메라는 그녀가 먹었던 땅콩을 클로즈업한다. 음산한 배경음과 함께 화면은 710만 명이 거주하는 홍콩으로 바뀌고, 감기 몸살 기운이 있는 홍콩의 한 청년이 나타난다. 카메라는 그 청년이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잡았던 봉을 클로즈업한다. 그는 집에서 누나에게 아프다고 잠시 칭얼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그와 동시에 860만 인구 런던에서 한 젊은 아가씨가 회사 사무실에서 감기 몸살로 고통스러워하다가 귀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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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해석
#이렇게 잘 살고 있어, 그러나 ‘좋아요’는 필요해
원래 소확행이란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쓰인 말입니다. 갓 구운 빵 위에서 버터가 녹는 것을 바라볼 때, 중고서점에서 절판된 책을 발견했을 때, 고양이가 잠든 틈을 타서 마음껏 구석구석 만질 때 등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을 말합니다. 결혼이나 주택 소유와 같이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또는 그러한 행복을 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회는 소확행이란 현실적인 흐름을 타고 있어도 명품욕구는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에 갔는지를 페이스북 글보다 인스타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은 보다 직관적입니다. 근사한 명품백이나 세련된 외제차를 새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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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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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저녁 별 - 이정하
너를 처음 보았을 때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너를 바라보는 기쁨만으로도 나는 혼자 설레었다. 다음에 또 너를 보았을 때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를 깨닫고 한숨 지었 다. 너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내 마음에 자꾸만 욕심이 생겨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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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장밋빛 인생 - 서덕준
너의 푸르른 노랫소리를 사랑할게 청춘이니 꽃이니 하는 너의 붉음을 지켜줄게 새벽에 미처 못 다 헤던 너의 우울한 보랏빛도 내가 전부 한 데 모아 하늘로 쏘아 올릴게 네 눈물보다 많은 빛으로 산란하게 할게 전부 별처럼 빛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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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홀리가든 - 에쿠니 가오리
아무 조건 없이 그 사람을 좋아해. 내가 모르는 곳에 태어나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살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를 사랑해. 난 지금의 그가 아닌 그를 상상할 수 없고, 지금의 내가 아닌 날 상상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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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밤 열한 시 - 황경신
객석 - 황경신 이제 당신을 위해 나는 무엇이든 되고 싶네. 당신을 밝혀줄 빛이, 당신을 돋보이게 할 소품이, 당신의 소리를 받쳐줄 악기가 되고 싶네. 마침내 당신에게서 하나의 멜로디가 흘러 나올 때, 가장 큰소리로 환호하며 박수 치는 관객이 되고 싶네 난폭한 소나기 끝에 떠오른 무지개로 꽃다발을 만들어 당신의 목에 걸어주고, 당신이 무엇을 하든 혹 무엇을 하지 않든, 나는 영원히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속삭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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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봄에 내리는 비는 여름을 재촉하는 붉은 비 여름에 내리는 비는 장마 비 가을에 내리는 비는 추운 겨울을 재촉하는 하얀 비 아주아주 추운 겨울에 내리눈 비는... 눈... 춥고 외로운 무거움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가볍게 날아다니고 싶은 빗방울의 몸부림.... 독 - 붉은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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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해석
이제는 당신 꽃 필 무렵 - 오정세(2020년 백상예술대상 소감 中)
이제는 당신 꽃 필 무렵 드라마, 영화, 연극, 단편, 독립영화 매 작품마다 하나 할 때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떤 작품은 위로받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그 깨달음을 같이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한 100편 넘게 작업을 해왔는데요.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는데요. 그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은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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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끝까지 갈래요 - 박원
안녕 같이 갈 사람을 찾아요 적어도 나 살아온 만큼을 가야 해요 꽤 멀어요 혹시 나와 같이 안 갈래요 다른 사람은 싫어요 꼭 당신과 떠나고 싶어요 믿어지지 않아요 당신 옆에 있는 내가 그대만 보며 남아 있는 길을 갈래요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갈게요 나와 끝까지 갈래요 끝까지 갈래요 잠깐 내 뒤에 숨어 있을래요 앞이 조금 어두워서 그래도 너무 좋아요 믿어지지 않아요 내게 기대 있는 그대 그대만 보며 남아 있는 길을 갈래요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갈게요 나와 끝까지 갈래요 끝까지 갈래요 끝까지 갈래요 끝까지 갈래요 안녕 같이 갈 사람을 찾아요 나와 끝까지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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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췌
너라는 계절 - 김지훈
너의 하루가 참 궁금한데 오늘 너의 기분과 감정이 참 궁금한데 물어볼 수 없다는 거, 참 답답하고 아픈일. 그럼에도 너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거, 늘 생각하고 기도하고 응원한다는 거, 받지 못해도 좋으니 줄 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