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모자를 벗었어요 조금 더웠으니까요 그리고 갑자기 엉덩이에서 뿔이 났어요
밤새 엉덩이를 더듬어보다 거울을 보았어요
소녀가 소녀에게 말했어요 이젠 너도 살찐 소가 되었구나, 축하해
소녀가 먼저 여인숙으로 들어가고
엉덩이 살을 한 근만 팔라고 조르던 그 정육점 남자가
조용조용 뒤따라왔어요
그 정육점 남자의 저울 위로 올라가 맛있는 부위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모르겠어요
내장은 안 팝니까,
아저씨 살살 해요 안 아프게 살점만 떼어가세요
다만 살 한 점을 팔아치운 소녀는, 몸이 가벼워졌어요
가죽을 벗었으니까요
이제 두꺼운 여인이 되게 하옵소서 손바닥을 모으니
삶의 가죽이 너무 두껍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길게 기도하지 못했어요
소녀는 거울을 보며 자기 젖을 빨고 있는
송아지를 생각하고
얼룩 송아지는...... 얼룩을 지우고 가라
두 번째와 세 번째 구멍이 헐거워진 그 시곗줄을 팔목에 채우고 거울을 보고
소녀는 초침처럼 부지런히 그 어두운 골목을 돌아나왔어요
소녀가 걸어갈 때
초침은 거의 우는 소리에 가깝고 시침과 분침은 가랑이를 벌리고 있었어요
우연히 시간을 물어볼 때마다, 그 가랑이를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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