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소설 발췌 (23) 썸네일형 리스트형 영혼의 편지 - 반고흐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땐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검게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아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일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저마다 삶은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이며, 그 길을 추구해 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추구하는 좁은 길을 암시한다. 지금껏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누구나 출생의 찌꺼기, 태고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삶의 끝까지 갖고 간다. 더러는 전혀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쳐버리고. 도마뱀에 그쳐버리고, 재미에 그쳐버린다. 또 더러는 상체만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계가 던진 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같은 협곡에서 나오고, 어머니가 같고, 유래가 같다. 우리는 같은 심연에서부터 시작되니 시도이고 투척이다. 하지만 자신 나름대로의 목표를 실천하며 노력한.. 아가미 - 구병모 이내촌은 둘레길이 약 2킬로미터, 평균 수심 약 5미터에 이르는 이내호를 둘러싼 마을의 이름이다. 이내라는 이름처럼 멀리서 바라보아도 흐릿하고 푸르스름한 물안개가 맴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죽이고 싶지 않아?" 원하면 그렇게 되어도 할 말 없다거나 상관없다는, 가진 거라곤 남들과 다른 몸밖에 없는 곤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였다. 그때 라이터에 간신히 불꽃이 일어났다. "... 물론 죽이고 싶지."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 여섯잔의 칵테일 - 모리사와 아키오 미래는 줄고, 과거는 늘어간다.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 - 새벽 세시 모든 것이 다 위태롭고 휘청거리기만 하는 시기다. 내가 이렇게 약했나 싶을 정도로 누군가 그냥 툭 뱉은 말에도 마음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어떤 게 틀린 것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모든 것에는 애초에 답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다.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졌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없이 너인거고, 더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봉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영원을 약속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변하고 나도 너도 변하게 되면서 기뻤던 순간까지 사라지는 게 견딜수가 없었다.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면 더욱 외로워졌다. 사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외롭게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랑하며 살아야 했다. 외로움도 슬픔도 견뎌내야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었다. 은닉 - 배명훈 어떤 악마는 스스로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천사는 혹시 자신이 바로 그 악마가 아닐까 평생을 고뇌한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홀리가든 - 에쿠니 가오리 아무 조건 없이 그 사람을 좋아해. 내가 모르는 곳에 태어나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살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를 사랑해. 난 지금의 그가 아닌 그를 상상할 수 없고, 지금의 내가 아닌 날 상상할 수 없으니까. 밤 열한 시 - 황경신 객석 - 황경신 이제 당신을 위해 나는 무엇이든 되고 싶네. 당신을 밝혀줄 빛이, 당신을 돋보이게 할 소품이, 당신의 소리를 받쳐줄 악기가 되고 싶네. 마침내 당신에게서 하나의 멜로디가 흘러 나올 때, 가장 큰소리로 환호하며 박수 치는 관객이 되고 싶네 난폭한 소나기 끝에 떠오른 무지개로 꽃다발을 만들어 당신의 목에 걸어주고, 당신이 무엇을 하든 혹 무엇을 하지 않든, 나는 영원히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속삭이고 싶네.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봄에 내리는 비는 여름을 재촉하는 붉은 비 여름에 내리는 비는 장마 비 가을에 내리는 비는 추운 겨울을 재촉하는 하얀 비 아주아주 추운 겨울에 내리눈 비는... 눈... 춥고 외로운 무거움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가볍게 날아다니고 싶은 빗방울의 몸부림.... 독 - 붉은 가위 너라는 계절 - 김지훈 너의 하루가 참 궁금한데 오늘 너의 기분과 감정이 참 궁금한데 물어볼 수 없다는 거, 참 답답하고 아픈일. 그럼에도 너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거, 늘 생각하고 기도하고 응원한다는 거, 받지 못해도 좋으니 줄 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비밀과 거짓말 - 은희경 인간이 혼자 있을 때야말로 자기 속에 있는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하나하 나 분명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끝 에 이르면 거기에는 슬픔이 있는 것이다. 기쁨과 증오, 분노, 사랑, 모든 감 정의 극단에 이르러 인간이 결국 슬퍼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슬픔이 란 인간이 자기 존재의 유한함을 자각하는 짧은 순간을 뜻하는 건지도 모 른다.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최후로 닿을 수 있는 감정의 경계에 부딪 쳐 얻는 고통이 바로 슬픔이다. 경계 너머에는 아마 무한의 세계, 그러니 까 허무가 존재할 것이다. 시작도 종말도 없으며 모든 것은 무의미하게 지 속된다. 만약 누군가 슬픔의 경계에 도달해 허무를 엿보았다면 그는 인생 에 대해 담담해질 수 있을 것이다. 비밀과 거짓말 - 은희경 이집트 소년 - 이영주 다정한 너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편지를 잘 받았다고. 무엇을 쓰지 않느라 얼룩이 잔뜩 껴 있었다고 투명한 답장을 보내주었는데. 우리는 불행한 일들에 대해 성심성의껏 마음을 쓰고. 차마 쓰지 못하는 행복이란 단어가 어렵지. 너는 책을 읽는 마음이란 노래의 끝으로 질주하는 일이라고 가끔 토했는데. 나는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란다 - 요조 나는 여러분이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고문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여러분이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를 바라고. 너무 입고 싶어 눈에 밟히는 그 옷을 꼭 사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늘 보고 싶지만 일상에 쫓겨 '다음에 보지 뭐' 하고 넘기곤 하는 그 사람을 바로 오늘 꼭 만나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100만원을 벌면 80만원을 저금하지않고 50만원만 저금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고 싶은 옷을 참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음으로 미루는 당신의 오늘에 다 써버리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길 바라고. 당신이무대위에서 대사를 읊조리고 동선을 고민할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진이 사람들의 호응을 살지. 이 그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장문정 졸업하면 진로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주야장천 들었다. 이제는 패기 있게 "아무것도 안 하면 어때?", "쓸모 없으면 어때?" 라고 대답할 준비를 했더니 사람들이 더는 묻지 않는다. 우리 엄마가 4대 독자인 내 남동생을 낳고 "건강히만 자라라"라고 했던 것처럼, 사는데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다. 사회는 무책임하게도 개인에게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라고 떠넘기고 개인은 새파래진 얼굴로 우물쭈물 답을 찾고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반대로 생각하면, 별 쓸모가 없는데도 살아 있으니 더 대단한 일 아닌가. 그러니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장문정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 전승환 "가끔 숨 좀 쉬어가며 일해. 모든 사람에게 완벽할 순 없어." 그때의 나는 누구에게나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눈치 빠르고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서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나를 부르면 바로 달려가고, 어떤 일이든 불만 없이 따라갔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달리다가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이 없어진 걸, 내 호흡을 잃어버렸다는 걸 몰랐다. 모든 사람에게 만점을 받으려다 나 자신에게 낙제점을 받았다. 세상사람 모두에게 완벽해지려고 내가 맡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자신을 밀어붙이고 주변의 속도에 맞춰가려 애쓰는 것이 때로는 내 삶을 더 무겁게 만든다. 때로는 바깥의 일에 무심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해야 할 일을 모르는 척 미뤄보기도 하자. 삶의 어느 면에서나 완벽한 사람이 .. 불안 - 알랭드보통 어렸을 때에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조건적인 애정을 얻을 수 있다. 식사를 하다 트림을 할 수도 있고, 목청껏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돈을 못 벌어도 되고, 중요한 친구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 하는 세계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인물들의 행동은 지위에 대한 우리의 불안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친구나 연인은 우리가 파산을 하거나 수모를 당해도 우리를 모른 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가끔은 그 말을 믿어볼 수도 있겠지), 우리가 일용할 양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속물들의 매우 조건적인 관심이다. 불안 - 알랭드보통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