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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겹겹의 불꽃 - 정채원

극지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는 1906년에 극지를 탐험하
면서 북극 산맥을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그 광경에 나는 감동과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칠 년 뒤 자연사박물관의 탐험대가 크로커랜드를 찾아 나섰을 때, 그들은 피어리가 본 것과 똑같은 신기루만 보고 돌아왔다.

다양한 밀도의 대기층이 겹겹의 렌즈처럼 만들어내는 이
미지들은 극지 탐험에 지친 우리들을 사로잡는다. 북극의 끝없는 얼음 위에 떠 있는 히말라야처럼 말이다.
우리가 다가가면 산맥은 자꾸 뒤로 물러나다가 해가 지면 끝없는 얼음 바다만 펼쳐지겠지. 마녀 모르간이 맘만 먹으면 펼쳐 보이는 세상에 속는 척 빠져보면 어떨까? 가짜가 진짜고 진짜가 가짜인 세상. 가짜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함께 낄낄대며 건너가는 유쾌한 세상. 끊임없이 출렁이는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내가 휙 돌아볼 때만 입자로 존재하는 너처럼. 나처럼. 시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