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엽서 - 김지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볼펜이 말 안듣는 걸 봐 아니야 잊었어 귀밑머리 하얘지고 한 달이 하루같이 바삐 스러져가는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 잊어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함께라는 그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아니야 엽서 위의 얼룩은 눈물자국이 아니야 창살 사이 흩뿌리는 빗방울자국이야 아니야 벽 위에 손톱으로 쓴 저 구절들은 네게 바친 것이 아니야 습작이야 습작 손 무디어지기 않기 위해 그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단 하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우리 함께라는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벌써 잊었어 애린이란 네 이름마저 그 옛날에.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