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삭 - 박성준 애인의 아이를 지우고 건너온 밤 도무지 어디가 아픈 줄을 몰라서 울음이 났다 그토록 발작하던 햇빛은 다 어디로 갔는지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모두 제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저녁 책가방 대신 애인을 업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빠져나간 것이 있다는데 더 무거워진 애인 그 중력이 싫었다 가슴팍에 돌돌 마린 우주야 한 근 떼 온 소고기가 손끝에서 잘랑거리는 거추장스러운 중력이 싫었다 핏물이 다 빠지지 않은 소고기에 미역을 둥글게 풀며 지구가 자꾸 돈다는 게 갑자기 느껴졌지만 다 기분 탓이라고, 아랫배를 쥐고, 자꾸 나오지 않는 오줌을 싸겠다 애쓰는 애인에게 나는 느닷없이 화를 낸다 다 기분 탓이라고 애인은 내 화를 다 받아주면서 짜증 대신 화장실 문을 닫는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변기에서 물이 흘렀으며 좋겠다 어딜까 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