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형태도 없이 내 마음이 - 김성규
굿 이너프
2020. 7. 5. 13:52

부러진 칼날처럼 우박이 쏟아졌어 익은 사과에 꽂히고 자
동차 유리창이 깨졌어 농부들은 쓸모없는 과일을 내다버리
지
우박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반짝였어 우산을 버리고 짚으
로 걸어가는 행인들, 버스 유리창의 성에를 손바닥으로 닦
으며 바라보지
젖은 신문을 들고 빌딩 아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연기가
공중에서 부서지지 이어붙일 수 없는 거추장스런 물건을 보
듯
화상을 입은 여자가 거울 앞에 서 있지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형태도 없이 내 마음이 망가지는 날
버스에서 내려 쏟아지는 칼날에 얼굴을 대고 울고 있어 소
리내지 않고, 우박 소리가 내 소리를 대신해서 울어주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내 마음이 망가지는 날, 버
릴 수도 없는 그것들을 조각조각 더러운 풀로 붙여 시를 쓰
지
덕지덕지 기워진 내 얼굴을 보고 너는 나를 기억할까 더레
워진 내 마음을 보고 너는 나를 이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