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프레임의 과다 :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고 있다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고 있다.
자기 프레임을 과도하게 쓰다 보면 '나는 남들을 잘 알고 있는데 남들은 나를 잘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자신은 결코 치우침이 없이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오해받고 왜곡당하고 있지만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너를 잘 알지만 너는 나를 잘 모른다'라는 생각의 뿌리를 좀더 깊게 파헤쳐보기 위해 저자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처음 만나는 사람과 10번을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몇 번 정도 만나면 그 상대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반대로 그 상대방이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몇 번이나 만나애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두 사람 모두 초면이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응답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자신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나'의 입장에서, 타인은 짧은 시간에도 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존재'이지만 나 자신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쉽게 파악될 수 없는,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한눈에 척 보면 너를 알지만, 너는 척 봐서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아마 어떤 사람이 단 5분 만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한다면 무척 화가 날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5분이면 충분히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내면이 겉으로 잘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특징적인 몇몇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걷는 모습, 머리 스타일, 옷 입는 스타일, 목소리 크기, 글씨체, 좋아하는 색깔, 자주 듣는 음악. 이런 식의 단서들이면 충분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글씨를 조그맣게 쓰는 사람은 성격도 소심할 거라고 지레짐작한다든지,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창의성이 없다고 믿는다든지, 심지어 라면을 먹을 때 면을 먼저 먹는지 국물을 먼저 먹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오게 된다.
만약 애인이 "넌 혈액형이 B형이라서 내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아"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또 "당신은 너무 소심해"라고 말하는 상대방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넌 글씨를 너무 작게 써!"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발라드를 감상한다는 이유로 상사가 더 이상 창의적인 일으 맡기지 않는다면? 당신이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분명 어이없어 하며 자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해 발끈할 것이다.
"어떻게 감히 그런 사소한 이유를 가지고 나의 심오한 내면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은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낸 착각이고 미신일 뿐이다. 정답은 '나도 너를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른다'거나 '나는 네가 나를 아는 정도만 너를 안다'이다.
'예수님도 고향 사람들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했어'라는 멋진 비유까지 들어가면서 '난 지금 오해받고 있다' 착각하지 마라. 더 큰 ㅇ해는 '내가 남을 알고 있다'는 바로 그것이다.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 최인철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