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소설 발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굿 이너프 2020. 6. 9. 19:41

 

왜 몰랐을까,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이 순간 세상의 평균은 올라간다. 누군가를 뒤쫓는 순간에도 세상의 평균은 그만큼 올라간다 나는 생각했었다. 누군가 누군가의 외모를 폄하하는 순간, 그 자신도 더 힘든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예쁜가? 그렇게 예뻐질 자신이.. 있는 걸까? 누군가의 학력을 무시하는 순간, 무시한 자의 자녀에게도 더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세상이 주어진다. 아, 그렇겠지.. 당신을 닮아, 당신의 아들딸도 공부가 즐겁겠지 나는 생각했었다. 사는게 별건가 하는 순간 삶은 사라지는 것이고, 다들 이렇게 살잖아 하는 순간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할 세상이 펼쳐진 다. 노예란 누구인가? 무언가에 붙들려 평생을 일하고 일해야 하는 인간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